Hyu&a Lee 이현아
나는 유리라는 재료를 통해 블로잉 기법으로 시간과 감각을 기록하는 작업을 한다.
뜨거운 상태에서 형태를 받아들이고 식으며 고정되는 유리의 성질은 경험과 기억이 쌓여가는 시간의 방식과 닮아 있다. 형태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블로잉은 나에게 시간을 다루는 하나의 태도에 가깝다.
나는 익숙함에 안주하기보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다시 바라보는 태도를 지향한다.
이른바 ‘ 철들지 않는 삶 ’ 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작업을 대하는 나의 시선이자 전통을 바라보는 방식이기도 하다. 전통은 과거에 머무는 형식이 아니라 현재의 삶 속에서 다시 쓰이고 만져질 때 비로소 살아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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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시리즈는 전통 제기의 형태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여기서 ‘결’ 은 표면의 무늬가 아니라 사물에 축적된 시간의 방향성을 의미한다. 제기는 이러한 시간의 결이 가장 밀도 있게 축적된 사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제기가 지닌 쓰임의 기억을 남긴 채, 그 자리를 의례에서 일상으로 옮기며 전통의 시간을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이어 붙이고자 했다. 유리를 통해 제기는 더 이상 특정한 의례의 도구가 아니라 오늘의 시간 위에 놓일 수 있는 사물로 다시 등장한다.